고구려 9대 고국천왕 시기 외척인 좌가려와 어비류는 권력을 믿고
행패를 부려서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매우 미워했다.
왕이 노하여 그들을 처벌하려 하자 연나부의 군사들을 이용해
반란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왕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그들을 진압하고 처형시켰다.
고국천왕은 반란을 진압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근원을 제거하려고 했다.
"벼슬이 능력보다는 총애에 의해 주어지니 실로 나라에 해가
되지 않을리 없다. 그 해가 백성에게까지 미치니 내 실수다.
지금 내가 명하니 각 4부에서 귀천을 가리지말고 인재를 추천하라."
이에 4부에서 동부의 안류를 국상으로 추천하였다.
고국천왕이 추천을 받고 안류를 불러들여 국상에 임명하려 하자
안류가 아뢰었다.
"신은 용렬하고 어리석어 큰 일을 맡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서압록곡 좌물촌에 을파소라는 사람이 있사온데 유리왕의 대신이었던
을소의 후손입니다.
성품이 굳세고 지혜가 깊으나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를 등용하시면 능히 큰일을 이루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안류의 추천을 받고 고국천왕은 사람을 보내 을파소를 불러들여 말했다.
"내가 선대의 대업을 이어받아 임금의 자리에 앉았으나 부덕하고 모자라
잘 다스리지 못하고 있소. 선생이 현명함을 갖추고 있음에도 세상에서
알아주지 않아 초야에 묻혀 산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나의 청에 와주었으니
고구려의 큰 복이오. 앞으로 나를 많이 도와주시오."
하며 중외대부의 벼슬을 내렸다.
을파소는 진즉 나라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자신의 뜻을
펼치기엔 주어진 직위가 너무 작다고 느꼈다.
"신이 둔하고 느려 감히 지엄하신 명을 받들 수가 없사옵니다.
청컨대 대왕께서는 부디 현명한 자를 발탁하여 높은 관직을 내림으로써
대업을 이루소서."
고국천왕은 을파소의 말뜻을 바로 알아듣고 최고의 관직인 국상의 자리에
임명했다.
그러자 조정의 신하들과 외척들은 질투심에 을파소를 모함했다.
왕은 교서를 내렸다.
'귀천을 막론하고 국상의 뜻을 따르지 않는 자는 일족을 멸하리라.'
을파소는 고국천왕의 적극적인 지지아래에
봄에 곡식을 꿔주고 가을에 돌려받는 진대법이라는 제도를 만드는 등
좋은 정치를 펼치고 백성들을 편안케 하며 국상의 임무를 잘 수행했다.